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는 ‘권리’다
대한민국에서 집회와 시위는 불법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명확히 부여하고 있다. 이 조항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작동한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 조건 개선, 임금 인상, 지역 개발 반대 같은 생활 밀착형 이슈까지도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많은 북한 출신 주민들이 처음 남한에 와서 가장 충격을 받는 장면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경찰과 군인이 시위대를 체포하지 않고, 방송 카메라가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며, 시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발언한다는 사실 자체가 체제 차이를 실감하게 만든다.
2. 북한 헌법에도 ‘집회의 자유’는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헌법에도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명시돼 있다.
문제는 그 조항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집회는 국가가 허용한 정치 행사, 즉 충성 집회나 궐기대회로만 존재한다. 자발적인 문제 제기나 항의의 의미를 가진 집회는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북한 사회에서 시위는 단순한 불법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곧 국가에 대한 반역이며, 개인의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연좌제라는 구조적 공포가 개인의 생각 단계부터 행동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은 더더욱 불가능해진다.
3. 공포가 시위를 지워버린 사회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공포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시위를 준비하거나, 심지어 시위에 공감했다는 의심만으로도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가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나 하나 희생하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시위는 사람들 사이에 공동 인식이 형성될 때 가능해진다. 하지만 북한은 정보 통제를 통해 바로 그 공동 인식을 원천 차단한다. 다른 나라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권력을 비판했다는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4. 이란 반정부 시위, 북한이 침묵하는 이유
최근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북한 지도부에게 매우 불편한 사례다. 장기 제재, 경제난, 누적된 민심 이반이라는 조건이 북한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이란 시위의 원인이나 규모, 희생자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보도는 ‘미국의 내정 간섭’, ‘외부 적대 세력의 음모’라는 프레임에 맞춰져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시위라는 개념 자체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침묵으로 해석된다. 시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체제는 균열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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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위가 없는 사회가 의미하는 것
시위가 없다는 것은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불만이 표출될 출구가 완전히 봉쇄됐다는 신호다. 북한 사회에서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 점에서 북한과 이란은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이란은 제한적이나마 표현의 공간이 존재하지만, 북한은 그 공간 자체가 없다.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주민들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시위가 싹트기 전에 뿌리째 제거되는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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